겹겹이 세월을 품은
나무 기둥과 서까래 위로
시간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한국의 숨결로 지어진 그 목조건축 안에
봄은 발끝을 조심스레 들이고
종탑 아래 고요히 피어난 들꽃들도
마치 기도하듯 고개를 숙인다.
살랑이는 바람이
묵은 문틀 사이로 스며들면
나무의 결마저도 숨을 쉬는 듯
따스한 숨결을 뿜어낸다.
누군가 오래 전 남긴 기도처럼
봄은 이 교회 안에 고요히 머문다.
하늘보다 낮은 지붕 아래
사람보다 깊은 신앙의 자리에
그 계절의 빛이 번져간다.
- 100년의 유서를 간직한 영천 화북면 자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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