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봄날, 시골의 굽은 길
들꽃이 속삭이고 개울이 노래할 때
나는 그 길 위에서
한 스님을 마주했다.
회색 승복 아래 담담한 걸음
얼굴에는 햇살보다 고운 미소
말없이 마주한 눈빛 속에
묘한 고요가 스며들었다
그분은 고개를 조용히 숙였고
나도 마음으로 답례했다.
낯선 인연이었지만
마치 오래된 봄날처럼 익숙했다.
그는 다시 천천히 걸어갔고
나는 그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내 안에 퍼지는 고요는
하루 중 가장 깊은 기도가 되었다.
복사꽃 핀 길섶, 따스한 햇살
그리고 한 사람의 미소..
말 없는 평화가 내 삶에
조용히 머물러 주었다.
- 영천 대창면 구지리 어는 복사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