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잠을 자는 언덕 위로
하얀 목련이 흐드러졌다.
금빛 관은 흙이 되고
돌무덤 위로 꽃잎이 내린다
생전의 영광이야 어땠으랴
수많은 신하의 절보다
지금은 바람이 조용히 읍하고
꽃잎이 예를 갖춘다.
한때는 붉은 용포가 스치고
금빛 가마가 지나던 길,
이제는 바람이 주인이 되어
꽃잎을 흩날린다.
영원할 듯 우뚝했던 권세도
목련처럼 피고 졌을 터,
그러나 봄은 잊지 않고
이곳을 다시 물들인다.
왕이여, 보시오
당신의 왕릉에도 봄이 왔소
그러나 이 봄은 누구의 것이며
그대의 천년은 누구의 것이었소?
목련은 묻는다.
영원한 것은 왕의 이름인가,
아니면 이렇게 피었다 지는
덧없는 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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