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그림자가 길게 누운 언덕
아침 햇살이 조심스레 빈자리를 쓸어낸다.
서둘러 문을 두드리는 바람은
봄의 소식을 몰고 왔다지만
그 속엔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다.
눈 녹은 땅이 숨을 내쉬고
여린 초록이 고개를 들 때쯤
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화려한 옷자락을 펼쳐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겨울이 남긴 흔적이 다 지워지기도 전에
봄은 이미 제 몫을 주장하며
세상을 물들일 채비를 마쳤다는 것을.
어김없이 찾아오는 변화 속에서
언덕 위에서 나는 묻는다.
과연 이 봄은 반가운 손님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계절의 서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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