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천

보랏빛 끝에서 하루가 쉰다

n01000 2025. 5. 4. 21:23

저녁이 오는 속도는 늘 조용하다.
해는 말없이 기울고

빛은 들판을 물들인다.

 

노을이 하늘을 타고  붉게 물을 들이면
보라색 유채꽃들은 그 위에 기대어

하루를 보내는 법을 배운다.

 

꽃은 한 번도 소란스럽지 않았다.
소리 없이 피어나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깊은 빛을 품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는 바람도
잠시 발걸음을 늦췄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들판 한가운데 서 있었다.
노을도, 꽃도, 바람도
내 안을 조용히 채워주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무엇도 바라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지지 않았다.
보라빛 끝에서,
하루는 다만 조용히
쉼을 배우고 있었다.

 

                            - 영천 강변공원 보라유채밭에서  25.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