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천

철쭉꽃 아래

n01000 2025. 4. 29. 22:59

뒷동산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붉고 흰 철쭉꽃이
숨결처럼 양옆에 번져 있다.

흙 내음 섞인 바람이 불고
꽃잎은 말없이 흔들린다.
한 줄기 햇살이 머물다 간 자리,
계절의 심장이 조용히 뛴다.

저 아래 힌의마을,
기와지붕의 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한옥의 처마는 오래된 시처럼
봄빛을 천천히 받아낸다.

담장은 낮고, 그림자는 길며
고요가 풍경을 감싼다.
소리 없이 피는 꽃과
시간을 천천히 보내는 지붕들.

그 모든 정적 속에
무언가 깊이 스며든다.
잊고 있던 마음의 언저리가
철쭉빛으로 물들어 간다.

 

                   - 경북 영천 한의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