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남
길 위의 미망(迷妄)
n01000
2025. 3. 22. 22:58
작은 불씨 하나,
그저 가벼운 실수 하나,
그러나 바람은 장난을 모르고
산은 분노를 잊지 않았다.
바람은 불을 등에 업고 달렸고
나무들은 불꽃 속에 쓰러졌다
하늘은 연기에 덮이고
태양마저 흐려진 채 사라졌다.
하얀 연기가 춤을 춘다
바람을 타고 산등성이를 넘는다
햇살은 그 위에서 떨리고
나무들은 비명을 삼킨다
눈앞이 흐려지고, 숨이 막히고
그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분노는 멀리 있지 않았음을
우리가 키운 불길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