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주

가을밤, 가로등 아래

n01000 2024. 11. 24. 19:32

깊어가는 가을밤

바람은 말없이 나뭇잎을 쓸고

희미한 가로등불 아래

그림자마저 길을 잃는다.

 

노란 잎이 수놓은 길 위

발걸음은 멀어지고

남은 건 적막한 어둠과

잔잔히 흔들리는 불빛뿐.

 

외로움은 가을의 옷자락에 매달려

서늘한 공기 속으로 스며들고

작은 숨결마저

허공에 흩어지는 밤.

 

가로등은 묵묵히 빛을 던지며

어디로도 닿지 않는 속삭임처럼

쓸쓸함을 길 위에 남긴다.

 

그리고 나는

그 불빛 아래에서

기억이라는 낙엽을 조용히 주워 담는다.